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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미래: 손흥민과 이강인을 넘어 유스 시스템 혁신으로(25.05.20) 본문

잡다한 축구 이야기

한국 축구의 미래: 손흥민과 이강인을 넘어 유스 시스템 혁신으로(25.05.20)

풋볼인사이트(국가대표/K리그) 🔎 2025. 5. 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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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미래: 손흥민과 이강인을 넘어 유스 시스템 혁신으로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들이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고, 이강인은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뒤에는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과연 이들이 한국에서 성장한 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 손흥민은 16세에 독일로, 이강인은 10세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유럽의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 속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이들의 성공은 개인의 노력과 유럽 축구 환경의 조화로운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는 왜 이들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국내에서 키워내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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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이강인, 유럽이 키운 한국 스타

손흥민은 2008년, 16세의 나이에 FC서울을 떠나 독일 함부르크로 향했다. 그 후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을 거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성공 뒤에는 아버지 손웅정 씨의 특별한 개인 훈련과 독일의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이 있었다. 한국의 일반적인 유스 클럽 환경이 아닌, 개인의 노력과 유럽의 육성 시스템이 손흥민을 지금의 자리로 이끈 핵심 요소였다.

 

이강인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2001년생인 그는 10세였던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에 합류했다. 한국에서 ‘슛돌이’로 불리며 어린 나이에 주목받았지만, 그의 본격적인 축구 교육은 스페인에서 이루어졌다. 2017년 16세에 발렌시아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스페인과 프랑스 무대를 오가며 성장했다. 한 축구 감독은 “손흥민과 이강인은 사실상 유럽 선수”라고 단언하며, 이들의 성공이 한국 유스 시스템의 성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성장은 유럽의 환경에서 이루어진 셈이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 축구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한국은 자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는가? “20세 한국 선수들을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만들 수 있을까?” 는 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든다. 감독들의 답변은 한국 축구 유스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손흥민과 이강인
손흥민과 이강인

한국 유스 시스템의 문제점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한국 유스 시스템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성적 위주의 훈련, 늦은 프로 데뷔, 준비되지 않은 조기 해외 진출, 그리고 느슨한 프로 유스팀 운영. 이들은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 성적 위주의 유스 시스템

한국의 유스 축구는 성적과 승리에 지나치게 치중해 있다. 어린 선수들은 기술 개발보다는 조직력과 결과 중심의 훈련에 몰두한다. 한 감독은 “조직력 훈련 중심으로는 비기거나 버틸 수는 있어도, 이기는 선수는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개인기는 17세 전후에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기에는 기술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유스 대회는 승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선수들의 창의성과 기술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2. 늦은 프로 데뷔

한국 선수들의 프로 데뷔 시기는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늦은 편이다. 유럽에서는 16~17세에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20세 전후에야 K리그에서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수들이 경쟁적인 환경에 늦게 노출되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할 준비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3. 준비되지 않은 조기 해외 진출

손흥민과 이강인의 사례에서 보듯, 조기 해외 진출은 선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무작정 해외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감독들은 K리그에서 충분한 경험과 기량을 쌓은 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리그는 경쟁이 치열하고, 문화적·언어적 적응도 큰 도전 과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출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 느슨한 프로 유스팀 운영

프로 산하 유스팀은 최고의 유망주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현재의 운영 방식은 충분히 엄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 감독은 “프로 유스팀은 훨씬 강하게 훈련하고, 훨씬 타이트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승강제 도입과 B팀 운영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는 유스 선수들에게 경쟁 의식을 심어주고, 프로 무대로의 전환을 더 원활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해결책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감독들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스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제안은 다음과 같다.

1. 기술 중심의 청소년 훈련

청소년기에는 조직력보다 개인 기술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감독들은 “어린 선수들이 기술을 익히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학교 시기까지는 성적 중심의 대회 대신, 훈련과 배움에 초점을 맞춘 페스티벌 형식의 대회를 늘려야 한다. “즐기는 축구”를 통해 선수들이 부담 없이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세분화된 리그와 대회 운영

현재의 유스 리그는 연령 구분이 다소 거칠다. 감독들은 두 살 또는 한 살 단위로 세분화된 리그를 만들고, 공식 대회와 비공식 대회를 혼합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선수들이 다양한 경쟁 환경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기량을 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비공식 대회는 선수들이 결과에 대한 압박 없이 새로운 기술을 시도해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3. 10대 프로 데뷔 활성화

K리그에서 10대 선수들의 프로 데뷔를 촉진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선수들이 더 일찍 프로 무대의 경쟁을 경험하고, 세계적인 무대로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게 한다. 프로 유스팀은 최고 유망주들이 모이는 만큼, 훈련 강도를 높이고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4. 프로 유스팀의 강도 높은 운영

프로 산하 유스팀은 현재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한 감독은 “모든 프로 구단이 어린 선수 중심의 B팀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스팀 간 승강제를 도입해 경쟁을 유도하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스 선수들이 프로 무대로의 전환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한다.

5. 신중한 해외 진출 전략

조기 해외 진출은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무조건적인 진출보다는 K리그에서의 경험 축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K리그는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고, 자신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충분한 준비를 마친 후 유럽이나 다른 경쟁 리그로 진출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강원FC 소속 양민혁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와 계약했다.강원FC 소속 양민혁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와 계약했다.
강원FC 소속 양민혁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와 계약했다.

세계적인 유스 시스템의 사례와 시사점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유스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한국 축구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벨기에, 네덜란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는 인구가 한국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축구 선수들을 배출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유스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2000년대 초반 유스 시스템 개혁을 통해 에덴 아자르, 케빈 데 브라이너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길러냈다. 네덜란드의 아약스 유스 아카데미는 기술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훈련으로 유명하며, 요한 크루이프, 마르코 반 바스턴, 프랭키 데 용 같은 선수들을 배출했다.

 

이들 국가의 유스 시스템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갖는다. 첫째, 어린 선수들에게 기술과 창의성을 우선시하는 훈련을 제공한다. 둘째, 연령별로 세분화된 리그와 대회를 운영해 다양한 경쟁 경험을 쌓게 한다. 셋째, 프로 클럽과 유스 시스템 간의 긴밀한 연계로 선수들이 프로 무대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축구는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유스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스시스템은 세계 최고로 뽑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스시스템은 세계 최고로 뽑힌다.

풀뿌리 축구의 중요성

한 지도자는 “A매치는 표면적으로는 11명 대 11명의 대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나라 유스 시스템의 충돌”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축구가 세계 강국들과 경쟁하려면 풀뿌리 축구, 즉 유스 시스템의 근본적인 강화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일본은 최근 수십 년간 유스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강국들과 대등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인구 대국인 중국은 유스 시스템의 부재로 국제 무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다. 한국은 인구 5천만의 잠재력을 가진 나라지만, 유스 시스템의 격차로 인해 벨기에(인구 1,150만)나 크로아티아(인구 400만) 같은 국가들보다 뒤처지고 있다.

 

풀뿌리 축구의 강화는 단기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다. 팬들은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은 스타의 화려한 성공에 열광하지만, 이들이 세계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는 관심이 적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약한 청소년 축구로는 정상권에 오를 수 없다. 축구계 종사자들은 대중의 관심이 적더라도 유스 시스템 혁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넘어

손흥민과 이강인의 성공은 한국 축구의 자랑이지만, 동시에 국내 유스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들이 유럽에서 성장한 선수라는 점은 한국 축구가 자국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적 중심의 유스 시스템을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고, 10대 프로 데뷔를 활성화하며, 프로 유스팀의 운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신중한 해외 진출 전략과 세분화된 리그 운영을 통해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손흥민과 이강인 같은 스타 한두 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국가들이 보여주듯,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은 인구 규모와 관계없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축구가 풀뿌리부터 강하게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뒤를 이을 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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