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동아시안컵, 한국 축구의 민낯을 드러내다(25.07.18)
2025 동아시안컵, 한국 축구의 민낯을 드러내다
2025년 7월, 용인, 수원, 화성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른바 동아시안컵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흥행 참패, 행정력 부족, 그리고 경기력의 한계까지.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이번 대회를 두고 “한국 축구는 여전히 현대 축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흥행 참패와 행정력의 민낯
2025 동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행정적, 경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신문선 교수는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의 행정력과 축구력 모두 난맥상을 보여줬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대한축구협회의 준비 부족은 대회의 흥행 실패로 직결됐다. 남자부 6경기에 동원된 관중은 총 3만 2,136명, 평균 5,356명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일본 대회(평균 6,398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여자부는 더욱 심각해 관중 수가 세 자릿수로 떨어질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축 해외파 선수의 부재, 일부 경기장의 불편한 교통 접근성, 고온다습한 한국 여름 날씨 등이 꼽혔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근본적 원인으로 ‘홍보 부족’을 지목했다. 그는 “대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지 않았다. 국제대회를 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다”라며, 홍보 부족이 스폰서십 문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일전과 같은 큰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TV 시청률은 5.7%에 머물렀고, 텅 빈 관중석이 중계 화면에 노출되며 대회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신 교수는 “축구협회가 대회를 열기 위해 미디어를 불러 모아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야 했다”라며, 대한축구협회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스포츠에서 재정 확보는 중계권료, 입장료, 스폰서 수익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지는데, 이번 대회는 모든 면에서 미흡했다. 이는 단순히 흥행 실패를 넘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한국 축구의 행정력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한일전 패배와 경기력의 한계
경기력 면에서도 한국 축구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남자부 최종전인 한일전은 이번 대회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볼 점유율(58%-42%), 슈팅 수(9-4)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유효 슈팅은 단 1개에 그쳤다. 일본은 전반전 선제골로 경기를 장악한 뒤 ‘존 디펜스(Zone Defence)’로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한국은 후반전 장신 공격수를 투입해 롱볼 전술을 시도했지만, 일본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며 6년 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더불어 한일전 최초 3연패라는 불명예와 함께 2연속 대회 우승을 일본에 내줬다.
신문선 교수는 한일전 패배를 “전략과 전술에서 모두 패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득실차에서 앞선 상황에서 무승부만으로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였다. 이에 따라 일본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비 전술을 선택했다. 신 교수는 “일본이 홍콩, 중국전처럼 강한 전방 압박을 했다면 오히려 안정감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일본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을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수비를 뚫을 명확한 플랜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롱볼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다.
현대 축구와의 괴리
신문선 교수는 한국 축구가 현대 축구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K리그1 선두를 달리는 전북현대의 사례를 들어 “성적이 좋은 팀은 변화를 최소화하며 확실한 플랜 A를 고수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북의 거스 포옛 감독은 안정된 선발 라인업과 명확한 전술로 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시도한 ‘3백 카드’는 아직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대 축구에서는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이 강조된다. 풀백은 과거 단순히 수비와 직선적 움직임에 그쳤다면, 이제는 미드필더처럼 공을 배급하거나 공격수보다 전진해 숫자 싸움에 기여한다. 수비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고정된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빈 공간을 메우며 유연하게 대응한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월드컵 3차 예선부터 동아시안컵까지 이런 현대적 움직임이 부족했다. 신 교수는 “월드컵에서 유럽이나 남미 강팀을 상대하려면 명확한 전술적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한국 축구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일본 축구의 선순환과 한국의 정체
신문선 교수는 한국과 일본 축구의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2005년 ‘Japan’s Way’라는 축구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20년간 체계적으로 성장했다. J리그는 K리그보다 10년 늦게 출범했지만, 외국인 감독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유럽 축구를 흡수했고, 많은 선수를 유럽 무대로 내보내며 경쟁력을 키웠다. J1리그의 공백은 J2리그 선수로, J2의 공백은 J3리그 선수로 채워지는 선순환 구조가 일본 축구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
반면, 한국 축구는 방향성 부재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신 교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의 파울루 벤투 감독을 예로 들며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감독들이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라고 강조했다. 히딩크는 연이은 평가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4강 신화를 이뤘고, 벤투는 빌드업 축구를 정착시키며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현재 홍명보 감독은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축구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신 교수의 평가다.
여자부의 성과와 희망
남자부의 아쉬움 속에서도 여자부는 희소식을 전했다. 여자 대표팀은 중국, 일본, 대만을 상대로 1승 2무를 기록하며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러나 여자부 역시 흥행 면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신문선 교수의 비판처럼, 대회 전체의 홍보 부족과 행정적 미흡함이 여자부의 성과를 빛바래게 했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
2025 동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흥행 실패, 행정력 부족, 현대 축구와의 괴리, 그리고 일본과의 격차 확대는 한국 축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신문선 교수는 “한국 축구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팬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전술적 변화나 선수 기용을 넘어, 축구협회의 시스템 개선, 홍보 전략 강화,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포함한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3백 전술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지만, 아직은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는 플랜 A와 플랜 B를 유기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J리그의 선순환 시스템처럼 K리그와 국가대표팀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젊은 선수들을 유럽 무대로 내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
2025 동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위기를 드러낸 동시에 변화를 위한 계기를 제공했다. 신문선 교수의 날카로운 비판은 단순히 이번 대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홍보와 행정력을 강화하고, 현대 축구 트렌드에 맞는 전술적 유연성을 갖추며, 명확한 축구 철학을 정립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다면,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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